아닐 것 같지만, 첫 사랑 후에도 시간은 흐른다. 아닌 척 해도, 사람을 잊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필름 없는 사진이라니, 어쩐지... 사랑 없는 키스 같네요."
아닐 것 같지만 사랑은 또 찾아온다. 두 번째 사랑은 늘 조심해야한다. 마음에도 관성이라는 것이 있어서, 대상의 특성 보다, 그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그 자체를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실감을 메우는 것이, 불안정한 상태를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된다. 하지만, 다시 균형을 찾게 되면, 그때서야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 대상을 평가한다. 물론 마음은 변명하지 않는다.
아닐 것 같지만 전혀 다른 이유로 사랑은 또 떠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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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고 너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거야, 라는 그의 저주같은 말이 한동안 발목을 잡아 관계를 유지시켰었다. 그런데 그가 떠나고 새로운 사람이 오고, J는 날 사랑한다.
사랑의 깊이를, 감정을 비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그를 사랑하고 있고 그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
마음은 변명하지 않는다. 우리는 공교롭게도 서로가 두 번째 사랑이다. 첫 번째만큼이나 특별한 감정이어서 욕심을 부리게 된다.
이번에는 잘 해봐야지, 따위의 욕심.
역시나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되지만, 그래도 좋은 건 마음껏 내 사랑을 표현할 줄 알게 되었고, 사랑을 주고 받는 것에 좀 더 익숙해졌다.
껴안을 수 있을 때 있는 힘껏 안아줄줄 아는 사람이 되자. 사랑한다는 말을 할수 있을 때 해줄줄 아는 사람이 되자. 지금 그대로를 사랑하자. 그런 생각을 남긴 J와의 겨울 제주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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