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럭셔리(small luxury)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스몰 럭셔리란, 명품 의류, 차와 같이 목돈이 나가는 물건이 아닌, 작은 규모의 고급 소비재를 말한다. 경제학자들은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라고도 하는데, 불황과 같은 시기에 전체 소비가 줄어들어도 립스틱과 같은 고급 소비재의 수요는 오히려 증가한다나.
그와 함께 포미족이라는 말도 탄생했다. 포미의 FORME는 건강(For health), 싱글(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앞자를 따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즉, 자기 자신에게 비싸고 좋은 선물을 하는 소비 트렌드를 말한다. 고급 수제 맥주를 마시거나 해외여행, 공연 관람 등 소비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넓어졌다.
요즘 유행하는 '탕진잼'이란 말은 어떨까? 탕진잼은 앞서 말한 단어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저렴한 물건을 구매하여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 것으로, 비록 저렴하지만 자신의 처지에서는 '탕진'이라는 자조섞인 웃음이 깃들어 있는 단어다.
@탕진잼의 대표 이미지로 사용되곤 하는 웹툰 '즐거우리우리네인생' 中
이런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는 글들은 많다. 대표적으로 1인 가족의 증가, 취업/구직난, 경기 불황, 순siri... 우울한 이야기 투성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소비자 심리지수(CCSI)는 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17년 경제 전망 역시 어둡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 내일이 없기에 오늘만 산다.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투데이'족이란다.
이제는 탕진잼에서 더 나아갔다. 바로 '시발비용'이다. 비속어와 비용을 합친 이 단어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욱하고 지르는 소비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담배와 야근 후 택시/치킨 등이 있겠다.
이 말을 처음 듣고 재밌어서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우울한 생각이 들었다. 포미족 >> 탕진잼 >> 시발비용으로의 변천하는 과정이 마치 1) 나를 위한 건강하고 과감한 투자 2) 소소한 낭비로 스트레나 풀자라는 자조섞인 위안 3) 스스로의 처지에 대한 비관과 분노로 바뀌는 과정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단어는 이 세대를 반영하고 오늘을 온전히 보여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헬조선'이라는 말은 이미 온라인 상에서 자리 잡은 듯 하지만, 더이상 이런 비관이나 분노로 대변되는 단어가 안나오길 바람해보며, 얼마전 "오! 탕진잼!" 하고 샀던 드론을 조종해본다. (드론조차 내 마음대로 안되는 세상!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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